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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연출 : Directing’이 필요하다.

최종 수정일: 2023년 3월 28일



인테리어를 얘기하면 불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의사들이 있다. 쓸데없는 돈낭비라 생각하는 의사들이 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 왜 다들 신경을 쓰는 것일까? ' 우리가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판단이 교차하여 결정을 하게 된다. 임상에 대한 뛰어난 기술을 가지더라도 감성적인 결정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함께 된다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병원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 휘발성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쓴다면, 일부 예산만으로 환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종교관이 불투명한 본인이 카톨릭 세례를 위해 교리수업을 받을 때였다. 교리수업을 진행하는 신부님의 질문 중에 ‘성당/성전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이었다. 내 답변은 ‘매우 연출된 공간입니다. 신부님의 경건한 복장, 홀리한 성가, 웅장한 성당 그리고 예배를 보는 중간중간의 음향과 대형 촛불, 신성한 각종 교품들이 더욱 더 신앙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혀 홀리하지 않게 답변을 드렸다. 이천년이 넘는 카톨릭 교단에서 ‘성경, 믿음’이라는 것 외에 수많은 미사여구, 장식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종교에 대한 신념이 퇴색된 것일까? 아니면 신자들이 ‘믿음’에 대한 신뢰를 돕는 긍정적인 연출일까? 마음의 치유를 얻기 위해 성당과 교회, 그리고 절을 찾는 신자의 마음과 신체의 치유를 얻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고객의 마음에는 큰 차이가 있을까?


연출된, 너무 상업적인 표현 같아서 좀 돌려 표현 한다면 '준비된' 병원은 어떻게 확정률을 올리는지의 예시를 들어본다. A클리닉은,

  • 20대-30대가 찾는 쁘띠클리닉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 20-30대가 활동하는 ‘직장, 학원, 학교, 번화가’에 자리를 잡는다.

  •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핑크, POP, 블링블링 등’의 소재가 마케팅 디자인에 적용된다.

  • 병원은 넓은 대기공간이 화장품 편집샵, 카페와 같은 동질성을 보이며,

  • 업비트 음악을 통해 방문자들의 저 깊은 내면의 욕구를 뛰게 한다.

  • 캐쥬얼한 복장의 젊은 직원들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쥐어 주고,

  •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표기된 메뉴판으로 수가를 결정하게 하고,

  • 헤어샵의 스타일링 선택 후 시술과 같이 의료시술이 제공된다.






Y성형외과는,

  • 타 성형수가보다 2배정도 높은 가격이다.

  • 의사에 대한 스토리가 홈페이지를 장식한다. 마치 명장들의 히스토리와 같이

  • 철학과 노력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 병원은 예약제로만 운영을 한다.

  • 우리는 단 한사람, 바로 당신을 위해서 모두가 집중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 병원의 대기 공간은 역사박물관과 같이 오래된 장비들이 ‘역사=구력=실력’을 말해준다.

  • 상담실은 코지하고, 세련되고, 생화로 정리된 개인 응접실과 같다.

  • 의사는 오로지 환자를 위해 오랜 시간을 집중하여 상담을 한다.

  • 국 드라마에서 봤던 정신상담의 공간과 같기도 하고,

  •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결제’가 진행된다.




반면에, K 성형외과는,

  • 값싼 이미지 모델들이 광고에 사용된다.

  • 값싼 이미지 모델들과 정가를 50% 가까이 할인된 수가를 적어 둔다.

  • 병원의 각종 X배너가 마치 결혼식장의 화환과 같이 복도부터 줄서 있다.

  • 데스크 위에는 각종 POP들이 시선을 가리고, 계좌번호, 와이파이번호, 내선번호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 정수기 옆에는 누렇게 오염된 물통, 맥심커피믹스와 동서보리차.

  • 가구들은 그 어떠한 통일성을 찾아볼 수 없다.

  • 직원들은 통굽슈즈이거나 크록스에 하얀 양말.

  • 희미하게 들려오는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저렴한 클래식 음악이.

  • 상담실 책상위에는 오늘 몇 번이나 남의 쌍커풀을 잡았던 가이드, 아니 어제, 그제부터…

  • 상담실 안쪽을 보이는 상담실장의 샤넬백과 구두들.

  • 진료실은 먼지가 가득한 액자들,

  • 원장의 가운은 구겨져 있고, 맨발에 크록스를 신고 발을 떨고 있다.

[병원의 이미지를 위해서 별첨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글을 보는 개원 의사분들, 임상기술에 대한 누구보다의 자신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고, 환자가 재방문을 하는 병원이라면 알아서 그냥 하시면 된다. 하지만, 휘발성 마케팅 비용에만 집중하며, 그 어떠한 연출도 하지 않고 있다면 잘 생각해 보셔라. 병원의 첫 이미지는 '깨끗함과 안전함'이 기본이며, 미용성형의 경우는 '아름다움과 감각'에 대해서 환자들은 머리속, 마음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병원에도 환자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하시길 바란다. 제발,

  • 통굽신발 신지 말 것. (발 아픈 직원을 위해서 휴게실/의자로 하나 더, 발마사지기를)



  • 맥심커피믹스 두지 말 것. (차라리 카누를, 병원로고 들어간 컵을)


  • 데스크에 장벽 세우지 말 것. (올려진 것의 90%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 X 배너, 상가집처럼 세워 두지 말 것. (차라리 화분을)

병의원을 '속깊이' 컨설팅 하는 패스웨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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