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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없어서 그만둡니다" : 중소형 개원가의 성장통, 어떻게 넘을 것인가?





JAY (PATHWAY COMPANY)


1. 서론: 왜 직원들은 '시스템'을 찾으며 떠나는가?


개원 후 꾸준한 노력 끝에 병원은 성장했다. 환자는 늘고, 10명 남짓하던 직원은 어느새 30~40명 규모로 불어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이 커질수록 퇴사자는 늘어난다.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이 병원에는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그들이 말하는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거창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직원들이 갈구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규칙(Rule)'과 '체계(Structure)'다. 승진은 언제 하는지, 연봉은 어떤 기준으로 오르는지, 옆 부서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없다는 뜻이다.

10명 내외의 소조직일 때는 원장의 카리스마와 개인기로 모든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30명을 넘어가는 순간, 개인의 역량으로 막을 수 없는 '경영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바야흐로 병원이 '가게'에서 '기업'으로 넘어가는 성장통이 시작된 것이다.


2. 진단: '개원가 경영자' 원장의 딜레마 (Founder's Trap)


개원가 원장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인 중 하나다. 그들은 '투자자+기획자+운영자+영업자'인 동시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생산자(의사)'이기도 하다.

진료 전후 1~2시간 쪼개어 경영을 하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루 종일 수술실과 진료실에 갇혀 있다 보니, 데스크 바깥 세상은 안개 속에 있다.

  • A 원장의 고민: "내 눈앞의 간호사는 파악이 되지만, 저 방에 있는 마케팅팀이나 경영지원팀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밥값은 하는지 의심스럽다."

  • B 원장의 고민: "내가 수술을 멈추면 매출이 곤두박질친다. 팀장들에게 보고를 받지만, 짧은 시간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너무 힘들다."

결국 원장은 진료에 쫓겨 경영을 '방치'하거나, 감에 의존한 '지시'만 내리게 된다. 이 틈을 타 조직 내부에는 비효율의 독버섯이 자라난다.

3. 현상: 기준 없는 보상과 부서 간의 벽(Silo)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연봉 협상'과 '부서 갈등'이다.

①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연봉 협상 명확한 평가 지표가 없으니 연봉 협상은 '기 싸움'이 된다. 핵심 인력이 퇴사를 무기로 급여 인상을 요구하면, 원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준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고, 묵묵히 일하던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조용히 이직을 준비한다. 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관성적인 행동'이 만든 결과다.

② 마케팅팀 vs 상담팀의 '네 탓' 공방 매출이 떨어지면 서로를 비난한다. 마케팅팀은 "힘들게 DB를 구해왔더니 상담팀 실력이 부족해 다 놓친다"고 하고, 상담팀은 "마케팅팀이 허수 DB만 가져와서 컴플레인만 늘었다"고 맞선다.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목표를 조율할 '중재자(Organizer, System)'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일로(Silo) 현상이다.


4. 해결: 평가와 보상은 한 몸이다 (Inspect what you Expect)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평가와 보상의 연계'다. 많은 병원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보상이 따르지 않는 평가는 잔소리일 뿐이고, 평가 없는 보상은 낭비일 뿐이다.

IBM을 회생시킨 전설적인 경영자 루 거스너(Lou Gerstner)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기대하는(Expect) 것을 하지 않는다. 당신이 점검(Inspect)하고 보상(Reward)하는 것만을 수행한다."

경영자가 아무리 "환자에게 친절하라(기대)"고 외쳐도, 매출(숫자)로만 인센티브(보상)를 준다면 직원들은 친절 대신 강매를 택할 것이다. 평가 지표와 보상 기준은 반드시 100%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관성을 원장 홀로 깨기는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제3자' 또는 '조력자'다. 내부의 총괄 실장이든, 외부의 MSO 전문가든, 원장의 주관적 감정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와 '합의된 규칙'을 들고 실행할 주체가 필요하다.


5. 결론: 시스템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우리 병원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미루는 원장님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직원의 연봉 인상 요구에 끌려다니고, 부서 간 감정싸움을 중재하느라 낭비되는 시간과 감정 비용을 따져보라.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다.

당장 거창한 대기업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호 공개적이지 않은 통계분석의 소통 개선

각각의 성과에 집중된 평가/업무 구조에서 협력에 맞춘 평가/업무구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목표의 수립

연간/반기별 업무일정/목표/예산의 수립


이 작은 '약속의 축적'이 곧 시스템의 시작이다. 시스템이 잡혀야 원장은 비로소 진료실 밖의 불안함에서 해방되어, 병원의 미래를 그리는 진짜 경영을 시작할 수 있다.


과도기 개원가의 경영을 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있는 조력자/운영자/조직자가 보다 빠른 병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이번 내용은 A,B,C병원의 경영관리자로 근무했던 경험의 실사례이다.

B병원에서의 대표원장과 부서장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순차적으로 진행함에 있어 초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지만, 종료시점에서 그들이 나에게 준 표현 '진짜 어른'이 있어서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많은 해석이 있겠지만, '아직은 미숙한 대표원장과 중간관리자들에게 해답을 찾아주고, 실행을 돕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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